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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상선언>은 관상, 더킹을 제작한 한재림 감독의 5년 만의 후속작이다. 영화의 장점과 단점이 확실한 작품이라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화려한 캐스팅과 영화 연출력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후반부 전개와 아쉬운 결말 이라는 평이 많은 영화 <비상선언>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먼저 캐스팅은 역대급으로 화려하다. 송강호, 전도연, 이병헌,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까지 배우에 대한 것은 특별히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한국 대표 배우들이 총출동해 저마다의 개성과 연기력을 보여준다. 송강호는 재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팀장 인호 역을, 이병헌은 딸아이의 치료를 위해 비행 공포증임에도 비행기에 오른 승객 재혁 역을 연기했다. 전도연은 국민을 지키기 위해 나서는 국토부장관 숙희 역을 맡았고 박해준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실장 태수 역을 맡았다. 김남길은 안전하게 비행기를 착륙시켜야 하는 부기장 현수를 연기했으며 임시완은 행선지 없는 승객의 고학력 소시오패스 진석을 연기했다. 주연배우 외에 비행기 승객 역할을 한 80여 명의 배우들도 열연을 펼쳤다. 연령, 성별, 성격, 직업 등 다양한 캐릭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이 배우들은 피할 수 없는 재난을 마주한 승객들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연기했다.
비상선언은 항공기가 비행 중 화재나 고장, 연료 고갈 등 치명적인 재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비상사태임을 선언하는 항공용어이다. 일단 이것이 선포된 항공기는 다른 그 어떤 항공기보다 우선하여 착륙할 수 있는 우선권이 부여된다. 즉, 항공 운항에 있어서 이곳은 비상계엄선포와 같다고 할 정도다. 이 영화에서는 이 비상선언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급박한 항공 재난을 상상 초월의 거대한 규모로 연출하였다. 4D MAX와 같은 큰 화면과 풀 사운드 환경에서 본 사람이라면 굉장한 만족함을 느꼈을 것이다. 영화 후반부로 가면 본격적인 재난이 시작된다. 마치 실제로 비행기 안에 탑승한 듯한 기분이 들도록 화면전환 등 화려한 연출을 보여주었다. 특히 수동으로 촬영해서 그 현장감을 살려주는 핸드헬드 촬영은 역동성을 주었다. 360도 회전하는 초대형 비행기 세트를 제작해서 사실감을 극도로 높였다. 고공낙하 무중력 360도 회전 시퀀스까지 다양한 종류의 항공 재난을 압도적인 현실감으로 구현해 냈다. 실제로 촬영 감독이 비행기 세트에 발을 고정시킨 뒤 모든 배우들과 함께 360도 회전하며 촬영을 하였다. 현실감을 뛰어넘은 현실 그 자체이다. 또한 영화 속 배경 음악도 장면과 잘 어우러진다. 한국 영화 음악의 거장 이병우 감독이 참여했다. 영화 <관상> 때부터 한재림 감독과 작업을 해오고 있는데 영화 비상선언에서도 긴장감을 지속시키는 다양한 음악으로 생생함을 불어넣었다.
영화 후반부의 전개와 내용이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먼저 영화 <비상선언>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베테랑 형사팀장 인호는 비행기 테러 영상 제보를 받고 수사하던 중 용의자가 실제로 비행기에 탑승한 사실을 파악한다. 딸의 치료를 위해 하와이로 떠나는 재혁은 주변을 맴돌며 위협적인 말을 하는 낯선 이가 신경 쓰인다. 인천에서 하와이로 이륙한 비행기에서 원인 모를 사망자가 발생하고, 비생기 안과 지상은 혼란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이 소식을 들은 국토부장관 숙희는 대테러센터를 구성하고 비행기를 착륙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한다. 영화 비상선언 전반부에는 비행기 안에서의 바이러스와 범인에 대한 공간적 긴장감을 준다. 인물보다는 재난이 일어나게 된 사건의 전개에 포커스를 맞춘 것 같다. 그러나 후반부 항바이러스를 찾는 사건의 흐름이 너무나 쉽게 흘러간다. 사건 내용보다는 인물에 더욱 집중된 전개가 아쉬움을 준다. 신파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고, 정치적인 문제를 다루는 내용은 극 중 흐름과는 어색하게 느껴진다. 결말을 바이러스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보다 개인의 영웅적 희생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재난 앞에 놓인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소중한 사람을 지켜 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으로 공감과 위로, 숭고한 선택 등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지만 이러한 결말은 국내 관객에게는 피로감으로 다가왔다. 또한 화려한 캐스팅과 막대한 제작비, 다양한 캐릭터 설정 및 연출적인 시도는 좋았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점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